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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 - ② 이런 분들이 조직문화 업무를 하면 좋겠습니다. 페이스북페이스북 블로그블로그
Date. 2022-10-26

억단위의 프로젝트로 수행된 한 기업의 조직문화 컨설팅 자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회사는 제가 약 4년 정도 근무했던 회사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 1만명의 직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교육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200페이지가 넘는 컨설팅 결과 자료였는데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과학적 설문문항을 바탕으로 심도있게 데이터를 분석했고, 향후 어떻게 변화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러 프로그램과 제도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물론 그 컨설팅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요).

담당했던 직원에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했더니, 위에서 하라니까 했고, 결과도 이미 다 아는 얘기이고, 직원들은 아무 관심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억 단위 프로젝트에는 걸맞지 않는 대답이었죠. 특히 대상자 중 약 30%가 참여했는데, 이마저도 정말 어렵게 독려했다며 고충을 쏟아냈습니다.

사실 저도 200페이지가 넘는 컨설팅 보고서를 보며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직원들의 실제 고충과 니즈는 담겨 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 회사는 정년이 보장되고 퇴사율도 매우 낮아 회사는 곧 내 인생, 내삶으로 연결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다녀야 된다고 생각하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매우 조심스럽고, 한번 평판이 나빠지면 그대로 조직 내에서 매장당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윗사람의 말에 순종할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답답함과 번아웃이 자리잡고 있었죠.

윗사람이라고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말을 잘못하면 노조에 신고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업무에 임하지 않는 부하직원들에게 어떻게 가이드를 줘야 할지 방법을 못 찾고 있었죠. 반면 누구라도 오고 싶은 조직이고 경쟁률도 높은 회사였기에 직원들의 자부심은 높다는 것은 강점이었는데, 사실 그 자부심을 강화하는 메시지와 교육만 수시로 진행해도 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었던 조직이었습니다. 거액을 쓴 컨설팅이라 이왕이면 그 동안 말 못한 직원들의 속마음이 여과없이 보고서로 작성되어 경영진에게 전달되면 좋았을 텐데, 보고서에는 숫자는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하우스 조직문화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구성원들과 지지고 볶은 시간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있는 동료를 겨우 찾아 위로해주기도 하고, 퇴근 후 소주 한 잔하며 마음에 스크래치를 낸 상사 욕을 들어 주기도 하고, 업무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던 개인의 다양한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직장탈출을 꿈꾸며 서로의 비전과 꿈을 공유하기도 했었죠.

, 우리에게는 구성원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애정이란, 조직과 구성원이 좀 더 성장하고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구성원을 자원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하고 관리할까 들여다보는 관점과는 차원이 다른 고퀄리티 감정입니다. 애정이 있으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도와주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조직문화 담당자에게 어울리는 딱 하나의 단어로 이타심을 꼽고 싶습니다.

이타심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 또는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정의됩니다. 이타심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상황을 공감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이해하며 타인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도움 행동을 보입니다.

이타심은 오지랖과는 다르죠. 오지랖은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참견하며 따지는 모양새라면, 이타심은 모든 행동과 말의 기준에 타인의 상황과 마음을 고려하여 조금이나마 타인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마음입니다. 간혹 우리 조직은 이런 것이 걱정이라며 남 얘기, 비밀얘기, 카더라 통신을 확장시키는 오지랖 넓은 분들을 만나면 그 입을 다무는 것이 조직문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는 합니다. 조직문화를 해치는 행위들을 제거하는 것도 제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이타심은 조직문화 담당자가 지치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에 더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당장 성과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통하지않을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런 걸 왜 하냐고 핀잔받기도 일쑤인 일상에서, 그로 인한 좌절감 보다 타인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하는 기쁨을 더 크게 느끼는 분이라면,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소신과 중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누군가의 평가와 핀잔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고, 욕 먹고 의기소침해져도 금방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성장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해서 웃으면서 퇴근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고뇌 중이라면 그 원인은 성장을 위한 통증이지, 누군가의 칼 같은 말과 행동으로 다친 건 아니길 바랍니다. 10년 넘게 이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생기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이타심덕분이었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어떻게 조직을 바꾸어야 할까’, ‘이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지고민하신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어 어떻게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할수 있도록 도와줄까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일단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업무에 몰입하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방해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부터 기획해보세요.

조직 안에 흐르는 말과 행동을 점검하고, 누군가의 좋은 아이디어가 묵살당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막혀 있지는 않은지, 소통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오히려 불통만 확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업무몰입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확인하고 제거해주면서, 우리의 소중한 동료들이 조직으로부터 멀어지고,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고객으로부터 조직이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본질 아닐까요.

조직문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도 있을 겁니다. 타인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이라면 주위에서도 기꺼이 협력해주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도 시야가 넓어져 좀 더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구성원을 도와 조직의 성공과 성장에 기여하겠다는데 어떤 경영진이 마다할까요(물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다른 문제지만요).

! 마지막으로 이타심이 중요하다고 해서,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돕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조직 안에서 이타심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위한 이기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업무의 결과가 결국 나의 커리어 성장에도기여할 수 있어야 하고 조직의 비전과 철학이 담당자인 나부터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 내가 에너지를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 산을 내려오는 것도 필요하죠. 그러나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조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업무 추진의 과정에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버리고 이타심을 판단기준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라도 그렇게 해야 조직이 썩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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