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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r - 다면진단, 오해를 걷어내고 새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페이스북 블로그블로그
Date. 2023-10-11

많은 회사들에서 리더십을 고민합니다. 아무리 선진화된 회사,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가진 회사라고 하여도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회사는 사실상 없을 것입니다. 크든 작든 차이가 있을 뿐 리더십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지에 대한 고민은 사실상의 모든 조직에서 존재하는 고민 거리입니다.

수직적 조직문화, 상명 하달의 지시 체계가 자리 잡고 있는 조직의 경우 어떻게 건전한 리더십을 정착시키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산업 특성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우리 나라도 서구처럼 개인주의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니 수평적인 조직문화, 건전한 리더십에 대한 고민과 니즈가 많아졌습니다. MZ세대가 점차 사회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을수록 이러한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부랴부랴 리더십 교육, 조직문화 활동을 찾고 있습니다. 급박하게 리더십에 대한 명사를 찾아 사외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직원들 이야기를 이런 저런 도구로 들어본 뒤 급히 몇 가지 재미있어 보이는 조직문화 활동을 기획해 보기도 합니다. 단지 재미있는 활동보다는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임을 직감한 담당자가 나름 장기적인 조직문화 발전 계획을 보고 했다가, 뜬구름 잡는 듯한 단계들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그 안에 포함된 조직문화 활동 아이템 중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한두 가지만 살아 남아 추진되고 있는 회사들 이야기도 간간히 접하게 됩니다.

예전의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권위적이고 외부와 소통이 안 되는 집단 중 하나는 교수 professor 사회였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교수님들은 그 시대에도 있었지만, 소위 사일로 현상 silo effect이 가장 심한 축에 속하는 집단이었다는 점만큼은 꽤나 분명합니다. 흔히 상아탑이라고 하면 외골수의 예술 분야 또는 대학을 뜻하는 단어였고, 특히 도제식으로 배움이 진행되는 대학원에서는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싶은 상황들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대의 교수라는 직업은 여전히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권위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시대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영향은 역시 수업 평가 제도의 확산입니다.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수업에 대해 평점을 매긴다는 것은 왠지 교수라는 신성한 선생님, 윗사람에 대한 어떤 금기나 도전과도 같았습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일부 대학과 학과 별로 수업 평가 제도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사실상 모든 수업에 대해 어느 대학에서나 강의 평가를 하고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가장 고루한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바쁘게 준비하는 집단으로 변화하게 된 데에는 단지 시대적 변화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상향식 평가가 대학 내에서 완전히 잡으면서, 대학 교수라는 직업에도 분명히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대학의 교수님들 중에 강의 평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흔히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면진단을 제대로 된 도구와 정확한 프로세스를 통해 장기간 실행할 수만 있다면,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나 어떤 조직문화 활동 보다도 튼실한 리더십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우리 나라에서 다면진단은, 평판 테스트 reputation test 내지는 인기투표의 다른 버전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선, 다면진단을 제대로 된 툴과 정확한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한 채 실행하는 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정확한 툴로 만들지 않았고 프로세스도 체계적이지 않다 보니, 그 산출된 점수에 대해 HR부서조차도 자신이 없고 HR시스템에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주관 부서인 HR에서도 이 점수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현장의 리더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여기서 산출된 점수를 가지고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자기를 인식하고, 발전방향을 보다 체계적으로 세우고, 실행 계획을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만들어 스스로도 점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그만큼 요원할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평판 테스트나 인기 투표로 전락해 버리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다면진단을 실행함에 있어서 도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면진단을 진행하려면 많은 사람이 평가에 참여해야 하고, 문항 수가 많아졌을 때 응답 난이도가 올라가는 점을 걱정해서 이러한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는 요인 분석을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영진이나 HR부서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을 몇 가지 문항으로 만들어 내고 몇 사람의 검토를 거쳐 활용하거나, 혹은 전문가나 전문 업체의 역량을 가져다가 조금 의견을 덧붙인 후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다면진단을 위한 제대로 된 툴을 확보한다는 것은 우선, 무엇을 재고자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내부 동의 consensus를 얻는 일을 말합니다. 사전에 체계적으로 정의된 인재상이나 역량이 있어서 그 부분을 다면진단을 통해 측정한다면 충분히 내부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다면진단을 통해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부터 정의하고 내부의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측정할지 정했다면 요인분석을 통해 통계적으로도 정확한 문항을 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문항으로는 당연하게도 측정하고자 하는 역량이나 대상을 정확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해당 역량마다 어떤 요인으로 구성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혀 내면 다면진단을 통해 산출된 숫자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도는 향상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다면진단을 제대로 실행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요인분석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절차를 가집니다.

1. 대상 역량/요인 정의

대상 역량/요인 정의는 앞서 말한 다면진단을 통해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정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경영진 뿐 아니라 직원들의 동의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정해진 역량이나 대상이 있다면 해당 내용을 다면진단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2. 예비 문항 조사(논문/아티클)

예비 문항 조사는 정해진 역량 또는 요인에 해당되는 질문들을 수집하거나 고안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하면, 논문/아티클 등의 자료를 통해 이 역량을 어떤 질문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지 그 문항들을 먼저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역량마다 최소 5~6문항 이상을 모으는 것이 좋은데, 이는 이후 pilot test 후 통계 검증에서 탈락되는 문항을 제거하고 나서도 최소 2~3문항 이상이 남아 있어야 좋기 때문입니다. 만약 특정 역량이나 요인이 사내에서만 쓰이는 어떤 특별한 역량이어서 논문/아티클에서조차 유사한 의미의 역량을 찾을 수가 없다면, 문항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해당 역량이 있을 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행동이 무엇일지 예상해 보고, 이를 몇 사람에게 보여주며 의도대로 읽히는지를 체크하면서 예비 문항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3. pilot test

부하게 모인 예비문항이 있다면, 이제 pilot test를 위해 대상자를 표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 검증이 가능한 최소 수는 25명이지만, 응답률을 고려해 가급적 30~50명 정도의 넉넉한 숫자를 표집하는 것이 좋습니다. 표집에는 단순 무선 표집, 군집 표집, 층화 표집 등이 있는데 대체로 회사에서는 단순 무선 표집을 하거나, 층화 표집을 활용하면 적절할 것입니다. 단순 무선 표집은 직원마다 번호를 부여한 뒤 랜덤표 등을 이용해서 그야말로 무작위로 대상자를 추출하는 방식이고, 층화 표집은 쉽게 말해 직급별로 표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계열사나 직군이 있다면 해당 인원 비율을 함께 고려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4. 검토 및 확정

Pilot test를 마치면 이를 Scree test, 상관관계 분석, 평균/편차 분석, 공통성값 communality 분석 등을 거치게 됩니다. 모두 통계 절차들로서 엑셀에서도 대부분 구현이 되는 것들입니다. Scree test의 경우 우리가 정한 역량이 그 안에 세부 역량이 있는지, 혹은 단일 역량으로 구성되는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고, 상관/평균/편차분석은 탐색적으로 요인을 찾아나가는 절차입니다.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공통성 값 분석은 문항마다 이 역량/요인에 대해 얼마나 설명력을 가지는지를 산출해내는 작업으로서, 앞의 분석들에 문제가 없다면 높은 공통성 값을 가지는 문항 위주로 하나의 역량/요인마다 2~3개의 문항을 구성하면 되겠습니다. 공통성 값은 통상 0.5 이하일 경우 문항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0.5~0.7 정도면 사용 가능한 수준, 0.7 이상이면 양호하고 적정한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4. 문항 도출

문항이 모두 채택되고 나면, 최종적으로 검토/조정이 필요합니다. 이 문항이 의도하는 것이 맞는지 너무 세부적인 행동이 골라진 것은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면진단에서 문항을 최종 검토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나 관계 행동에 해당되는 문항이 자주 공통성 값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역량에서 협업 행동과 관계된 문항만으로 정해지고 있으면, 공통성 값을 보면서 차선책에 해당되는 문항을 의도적으로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다면진단이 그저 평판 조회나 인기 투표로 전락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진단 도구에서부터 정밀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통계 장치와 단계들을 거쳐 생성된 진단 도구가 있다면 HR부서는 물론 현업 리더들도 산출된 점수를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많은 공수가 들어가는 문제일 수 있고 도구 개발에 대한 지식과 스킬을 갖춰야 가능한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면진단이 가지는 조직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력과 특히 리더십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건전한 리더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개입 intervention 중 하나가 다면진단임을 생각하면 결코 지나치게 과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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