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근무제도, 이제는 복지가 아니라 일터 경쟁력이다
시앤피컨설팅㈜ 혁신지원팀장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조직 운영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일터는 더 복잡해졌다. 구성원마다 생애주기와 생활 여건이 다르고, 업무 또한 반드시 한 장소와 한 시간대에 묶여 있어야만 성과가 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유연근무제도는 더 이상 일부 기업의 선택적 복지나 시혜적 제도가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구성원의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핵심적인 일터혁신 과제다. 2024년도 ㈜도프의 우수사례가 주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프 사례의 핵심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를 허용했다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생활 여건을 존중하면서도 조직의 업무 책임성과 성과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운영방식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유연근무제도는 ‘덜 일하는 제도’가 아니라,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유연근무제도의 필요성은 첫째, 인재 확보와 유지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임금이나 복지 수준만으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 이때 구성원이 자신의 삶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은 강력한 조직 경쟁력이 된다. 출퇴근 부담을 줄이고, 육아·돌봄·자기계발 등 개인의 생활 조건을 고려한 근무방식을 제공하는 기업은 구성원에게 “오래 일하고 싶은 회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이직률 완화, 조직 몰입도 향상, 신규 인재 유입으로 이어진다.
둘째, 유연근무제도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많은 조직에서 여전히 장시간 근무와 상시 대기 문화가 성실함의 기준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오래 머무는 것이 곧 좋은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업무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고, 구성원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도프의 사례가 시사하듯, 유연근무제도는 근무시간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업무 계획, 소통 방식, 성과관리 체계를 함께 정비할 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유연근무제도는 일·생활 균형을 실현하는 현실적 장치다. 일과 삶의 균형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육아, 가족돌봄, 건강관리, 장거리 출퇴근 등은 근로자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부담이 누적되면 업무 집중도와 조직 만족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연근무제도는 근로자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도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개인의 만족을 넘어 조직 전체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물론 유연근무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 하다. 업무 특성에 맞는 적용 범위를 정해야 하고, 근태관리와 초과근로 관리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특정 직무나 일부 직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리자와 구성원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유연근무는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 중심의 일터를 책임과 성과 중심의 일터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도프의 우수사례는 많은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연근무제도는 규모가 큰 기업만의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인력 운영의 유연성과 조직문화 개선이 절실한 중소기업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제도다. 처음부터 복잡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 시차출퇴근제, 집중근무시간제, 부서별 선택근무, 제한적 재택근무 등 조직 여건에 맞는 방식부터 단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에는 어렵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맞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찾는 태도다.
유연근무제도는 구성원을 배려하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삶을 지키며 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고, 기업은 더 오래 함께할 인재와 더 건강한 조직문화를 확보할 수 있다. ㈜도프 우수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히 많이 일하는 조직이 아니라, 현명하게 일하는 조직에서 나온다. 이제 유연근무제도는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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