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자유를 꿈꾸는 12년차 인사(HR)노예의 좌충우돌 업무수행기록 노예들은 채찍질을 당한 후 자유만을 꿈꿨다. 그리고 저 멀리 상상도 할 수 없는 머나먼 어딘가에 자유의 땅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노예들의 상상 속에서 그곳은 마법의 땅이자 천국이었다. 「영화 '노예 12년' 中」 
옥중서신(들어가는 말) : 이 세상 모든 일의 노예들을 위하여 ‘노예란 무엇일까요?’ 저는 '노예 12년'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자유인 신분의 미국 북부 출신 흑인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으로 노예제도가 성행하던 남부로 납치되어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그저 당연하게 누리던 자유를 한순간 박탈당한 주인공이 자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남부에서 함께 노예생활을 한 대다수의 흑인들은 스스로가 노예임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상황을 벗어날 방법도 의지도 박탈당한 채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본 주인공은 정말 힘들어 했습니다. 그런 인고의 시간 속에서 주인공은 이미 노예가 된 그들과 동화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아를 지켜냈고, 끝내 자유인 신분을 회복하여 북부로 돌아갑니다. 그 12년 동안 끊임없이 되뇌며 주인공을 지켜오던 한마디는 간결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최근 버전업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매일 똑똑해지고 있는 'ChatGPT'에게 노예에 대해 물어보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 취급되며, 강제 노동 혹은 구속되어 일을 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끔 말도 안되는 대답을 사실인 것처럼 뻔뻔하게 늘어놓는 'ChatGPT'지만 방금 답변은 상당히 공감되는 정의입니다. 하지만 이 수다쟁이 녀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연 설명을 이어갑니다. ‘노예제도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존재했으며,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노예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영화 속, 미국 남부처럼 아직 노예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가 있다니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문득 ‘노예 노동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순간의 고민 끝에 여러분께 바로 질문을 하나 던져봅니다. “당신은 노예인가요?” 질문이 너무 막연한가요? 그럼 다시 한 번 자세히 묻겠습니다. 당신은 사용자(고용주)에 인적자원(Human Resources)으로 취급되며, 타의에 의해 주40시간 이상 직장이라는 관념적, 물리적 공간에 묶여 구속되어 노동을 제공하고 있나요? 물론, 앞서 언급한 미국 남부의 노예의 기준으로 보았을 땐 당연히 여러분은 노예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했을까요? 솔직히 방금 질문을 받고 마음 한구석에서 찜찜함을 느끼지 않으셨나요? 만약 그런 감정이 들었다면 저와 함께 해방을 위한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위한 첫걸음은 바로 자신이 노예임을 자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걸음은 여러분 스스로 진정한 의미의 해방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물론 해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직관적 이미지 때문에 사용자(고용주)와 노동자(피고용인)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는 '퇴사'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퇴사는 제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돌아갈 곳이 있었던 주인공처럼 여러분이 퇴사 이후에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그렇지 않은 분들께 앞으로 인생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준비되지 않은 퇴사를 부추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생활을 영위하며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는 현실적 수준의 해방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다수의 그 시절 남부 흑인들처럼 상황을 벗어날 방법도 의지도 박탈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제가 정의한 해방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사용자(고용주)로부터 함께하고 싶은 동료 혹은 조력자(Partner)로 여겨지며,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노동을 제공하고 성취하는 상태.' 거창하게 말했지만 결국 일(業)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에서 지시받는 일도 겨우 해내는 버거운 상황에서 일의 주인이 되라니.. 이 또한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분께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1. 회사에서 일의 노예가 된다. 2. 회사에서 일의 주인이 된다. 3. 퇴사하고 개인사업을 하며 일의 주인이 된다. 노예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개인사업이라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회사라는 비교적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일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와 생존을 위해 개인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일의 주인, 즉 주도성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입니다. 앞서 언급한 개인사업이 인생의 계획에 없는 인사담당자도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묵묵히 해오던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꼭 일에 주도성을 찾지 않아도 현상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인사담당자에게 주도성은 요구되지 않았습니다. 주로 일상적인 행정처리 혹은 수명 업무를 처리하는데 국한되어 있었죠. 무엇보다 가능한 아무 탈 없이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그리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진행하는 방식이 선호되어 왔다는데,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공감할 겁니다. 이러한 배경에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인재영입과 그 활용에 따라 성패가 나뉘는 IT와 기술 중심의 고도화된 산업이 대두되며, 인사담당자 역시 이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에서 의사소통에 기반한 조정자 역할, 조직구조 및 특성을 파악하여 걸맞은 제도를 구축하는 기획자 역할, 그리고 노무적 위험요소를 예측하여 조언자로서의 역할 등 그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점차 많은 기업에서는 인사조직이 CEO 직속 보고 라인으로 편성되어 긴밀하고 신속하게 의사소통하는 조직구조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대부분 인사담당자들에게 이런 상황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사 영역의 관성적인 업무만을 고수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인공지능(AI)에게 현재 하고 있는 노예 자리마저도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스스로의 해방을 위해 용기를 내고 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물론 관성과 타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단번에 끊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부터 시작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제가 인사담당자로서 제안하는 목표는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 조직 그리고 성과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라.” 시선이 바뀌면 통찰력이 생기고 그 통찰력을 기반으로 주도성을 가진 일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여정이 짧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제가 그 길을 함께 걷겠습니다. 앞으로 '인사(HR) 노예들을 위한 해방일지' 칼럼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길잡이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다양한 Case 중심으로 해결 방식, 느낀 점, 아쉬운 점 등을 앞서 강조한 일(業)의 주인 관점으로 공유하려 합니다. 모든 Case가 여러분이 앞으로 처하게 될 다양한 상황과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적의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고민과 선택의 경험들을 쌓아가며 사람, 조직 그리고 성과를 바라보는시선을 바꾸고 일(業)의 주인이 되어 끝내 여러분이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지난 12년간 노예(회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한 인사담당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대로 Case를 중심으로 사건 소개, 해결 방안, 느낀 점 등을 인사담당자 관점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며,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했습니다. 1. 인사관리 : 당신은 사람의 노예입니까? 2. 조직관리 : 당신은 조직의 노예입니까? 3. 성과관리 : 당신은 성과의 노예입니까? 다음 시간에 '인사관리 : 당신은 사람의 노예입니까?'로 첫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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