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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 ⑤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의 역할 페이스북페이스북 블로그블로그
Date. 2023-03-22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기성 기업에서의 면접과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은 '면접시간'이었습니다. 기성기업에서 면접은 길어야 1시간 이내로 종료되곤 했다면 스타트업에서 면접은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면접은 단순히 기업과 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 시간의 차이는 그 기업에서의 HR의 중요도 차이, 현재 해당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진지함의 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2시간을 넘기는 면접에서 만나본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제는 '팀 리더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팀 리더들의 나이가 어리고 조직관점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사람을 관리해본 경험이 적어 인력의 이탈이나 팀 내 갈등 혹은 팀간 갈등들을 마주했을 때 이에 대한 대처가 어렵고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인재 모으기가 쉽지 않은 스타트업에서 함부로 인사조치를 하는 것도 어렵구요.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대규모 기업에서는 승진, 신규 직책 발령에 대하여 계층별 역량 혹은 리더십 역량과 같은 형태로 리더의 단계를 구분하고 나름 교육과정 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러한 역량의 개념들이 실제 현장에서 잘 녹아들었는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기업이 그러한 면을 챙기고 있음을 전달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한 리더십 역량의 설계를 고민하고 교육을 진행해 본 입장에서 그 당시를 되돌아보면 '어쩌면 조금은 솔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있어빌리티*를 위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리더를 레벨링하여 역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있어빌리티 - '있어 보인다'는 표현과 능력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ability'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실상은 별 거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게 자신을 잘 포장하는 하는 능력을 뜻함.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리더십 역량의 설계와 이에 기반한 교육도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고 one day workshop과 같은 집체교육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사람과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인 스타트업에 적합한 모습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역량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본 글에서는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의 역할로 '코치'라는 단어를 제안합니다. 코치라고 하니 외부에 인증과정을 거쳐 강의 등을 하는 분들을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해!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본 글에서 팀 리더의 역할로서 코치는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본 글에서 팀 리더의 역할로서 코치는 '대화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는 매 순간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 그 대화의 상대방은 거울 속의 '나'가 되기도 하고 다른 순간에는 책 속의 '활자'가 되기도 합니다. 편한 친구들을 만났을 땐 친구들이 대화의 상대방이 되고 때로는 가족이나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팀 리더로서 우리들의 역할에서 그 대화의 상대방이 팀 구성원이 될 뿐입니다.

제가 만난 어떤 분은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서 하는 대화를 '아무말 대잔치'라고 표현합니다. 그들과 있으면 서로가 말 그대로 아무말,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도 대화가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웃으며 대화를 하는 어느 분들에게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묻자 말 하다가 턱에서 소리가 났다는 말로 돌아옵니다. 그냥 그들은 그것도 재밌는 대화의 재료가 됩니다.

팀 리더로서 코치는 팀 구성원들과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대화를 한다는 건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무조건 지시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말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다가 턱에서 소리가 났을 때 서로가 깜짝 놀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공통분모를 만들어가는 대화를 위해 팀 리더로서 코치는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갖추어야 합니다. '턱에서 소리가 났는데 왜 웃어?'가 아니라 '웃을 수도 있구나'를 이해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팀이라는 조직의 성과를 담당하고 있는 리더이므로 무작정 '아무말 대잔치'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팀 리더가 공식적으로 하는 팀 구성원과의 대화에는, 대화의 주된 재료로서 '일'이 존재합니다. 일을 중심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우리는 다음 몇 가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 팀 리더가 책임지는 팀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둘째, 팀 구성원이 일을 돌아보고 일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각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전문성을 한 스푼 추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셋째, 팀 리더와 팀 구성원의 대화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측면의 존엄성을 건들지 않고 좀더 객관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수있게 해줍니다. (여기에서 '환대'라는 개념으로 연결되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짚고 갈 점은 우리가 대화의 주된 재료를 '일'에 두었다고 해서 대화를 무조건 '일'에 관련된 내용들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그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일을 조금 더 잘해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거나 상대방이 가지고 있던 마음 속의 가시를 제거해주는 결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영업팀장님으로부터 면담신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새로 입사한 팀원이있는데 영업팀장님이 기대했던 것보다 일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HR에 이를 이야기한다는 건 팀장님 입장에서도 참을만큼 참았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팀원에게 연락해서 회사가 아닌 근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한시간 가량 이야기하면서 제가 했던 건 최근 회사에서 단체로 보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 등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 친구는 약간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론적으로 이후 그 친구는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에는 목표를 상회하는 실적으로 우수사원 상을 받기도 했지요. 제가 했던 건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다독여준 것이 전부입니다.

HR을 하면서 줄곧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팀 리더들이 HR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HR이 하는 행정업무 등을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 관점에서 구성원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팀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관점에서 HR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지요.

팀 리더의 역할은 팀을 성장시키고 팀 구성원이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규모 기업에서 제가 경험했던 팀 리더분들의 눈과 귀는 항상 그들의 상급자분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상급자의 지시를 최대한 그 지시에 맞게 이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셈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에서는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의눈과 귀는 팀 구성원분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성과를 내는 과정을 통해 팀이 성과를 달성하고 구성원은 경험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HR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상깊은 드라마 중 「스토브리그」 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임동규 선수는 홈런 치고 안타 치고 뛰고 그런 거 하는 사람이고, 나는팀을 새로 조직하다가 트레이드도 하고 그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위치가 다른 겁니까? 포지션 자체가 다른 겁니다.

팀 리더와 팀 구성원은 위치가 다른 것일까요? 팀 리더가 위에 위치하고 팀 구성원이 아래에 위치한 것일까요? 대규모 기업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치에 관한 경험들을 해왔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팀 리더와 팀 구성원은 서로 위치가 다른 것이 아니라 포지션이 다른 것이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편한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고 그 대화를 통해 팀 리더가 담당하는 팀 성과와 팀 구성원의 전문성을 성장시키는 win-win의 구조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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